
1417년, 근대의 탄생_스티븐 그린블랫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우주가 원자와 진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 세상은 창조주가 우리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
우리의 정신적 삶과 육체적 삶도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비교했을 때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것,
영혼도 육신만큼이나 물질적이며 소멸하는 것이라는 것.
이 모두를 깨닫게 된다고 해도 절망에 빠질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사물의 실제 본성을 이해하게 된 것이야말로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길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발걸음이다.
사물의 본질을 똑바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모든 관조의 노력들
모든 과학
도덕적 고찰
삶을 가치 있게 만들려는 시도들
- 스티븐 그린블렛 '1417년, 근대의 탄생' 中 -
1417년, 독일의 수도사이자 인문주의자였던 포조 브라촐리니는 어느 수도원에서 오래된 라틴어 문헌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De Rerum Natura).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세계를 원자와 물질의 운동으로 설명한 이 대담한 에픽 시는, 당시 중세의 세계관과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품고 있었죠.
이 책의 저자 스티븐 그린블랫은 이 한 권의 책이 르네상스의 세계관, 과학 혁명, 계몽주의로 이어지는 ‘근대의 사유 방식’을 태동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과장 같지만, 그는 역사적 맥락과 구체적인 인물, 사상의 흐름을 통해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합니다.
지식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는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로마 시대에 쓰였지만 잊힌 책, 그 책을 우연히 찾아낸 인문주의자, 그리고 그 책을 필사하고 퍼뜨린 수많은 사람들... 마치 한 줄기 불꽃이 긴 겨울을 지나 다시 불을 붙이는 느낌입니다.
포조의 발견이 없었다면, 에피쿠로스 철학은 어쩌면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필사가라는 독특한 이의 끈질긴 집념으로 이 철학은 다시 살아나 중세의 엄격한 신 중심 사고를 비집고 들어와 ‘쾌락’, ‘자유’, ‘개인의 삶’이라는 새로운 생각들을 움트게 합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스러브’(swerve)라는 찰나의 이탈
책의 원제목인 “The Swerve”는 루크레티우스가 말한 원자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뜻합니다. 모든 것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중에, 아주 사소한 방향 전환 하나가 세계를 바꾼다는 개념이죠. 저자는 그 사소한 ‘이탈’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고 말합니다.
포조의 발견이야말로 그 ‘swerve’였습니다. 그 작은 궤도 이탈이 중세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만든 것입니다.
그 어떤 어둠의 시간을 건너도 인간 지성은 끈질기게 진리를 찾아갑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지식은 살아남는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한편 이 책의 주인공인 푸조가 찾아 필사하여 세상에 전하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는 단순히 철학 시가 아니라, 서양 사상의 흐름을 뒤흔든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어떤 책인가?
- 저자: 루크레티우스 (기원전 1세기 로마 철학자이자 시인)
- 장르: 철학적 에픽 시(장편 운문)
- 사상적 기반: 에피쿠로스주의
이 책은 단순한 시가 아닙니다. 철학적 세계관, 우주의 기원, 종교 비판, 쾌락에 대한 철학, 죽음에 대한 이해 등, 삶의 본질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야심 찬 시도입니다. 특히, 신 중심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중세에는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인 내용으로 여겨집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핵심 내용 5가지
1.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루크레티우스는 고대 원자론(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이론)을 이어받아 세상의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atoma)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훗날 근대 과학의 물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2. 신은 존재하되,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다
신이 있다고 인정하되, 신은 무심하고 인간과는 무관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신의 뜻을 두려워하며 사는 삶은 불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세 기독교 세계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험한 주장입니다.
3. 죽음은 끝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존재가 끝나면 고통도 끝난다.”
루크레티우스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영혼은 불멸하지 않으며, 죽으면 완전히 소멸된다는 생각은 당시에는 이단적인 발상이었습니다.
4. 쾌락은 삶의 목적이며, 고통의 회피가 최상의 선
여기서 말하는 쾌락은 ‘방탕함’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평온한 상태(ataraxia)**를 말합니다. 삶의 목적은 욕망을 줄이고,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5. 종교는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
가장 충격적인 주장 중 하나는 바로 종교 비판입니다. 루크레티우스는 종교가 인간에게 공포와 죄책감을 심어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신화 속에서 아버지를 제물로 바치는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를 들어, 신앙이 얼마나 잔인한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왜 이 책이 그렇게 위험했는가?
중세는 신 중심의 세계였고, 인간은 죄인으로 태어나 구원을 위해 복종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 세상의 원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하고,
- 죽음 이후의 세계를 부정하며,
- 종교적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 쾌락과 자유로운 삶을 권장합니다.
결국 이 책은 자유로운 인간의 사유와 존재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르네상스·과학혁명·계몽주의까지 이끄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 책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소설은 중세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지식을 통제하려는 종교 권력과,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충돌이 담겨 있습니다.
- 소설 속 금서로 등장하는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에 관한 책'**이지만, 분위기상 루크레티우스의 책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 실제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오래도록 숨겨지고, 금서로 취급되었으며, 읽은 자가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위험한 책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에코는 이 소설을 통해 “지식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해방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바로 그런 위험한 진리의 상징입니다.
마무리하며: 왜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미신과 어떤 종류(죽음 등)의 공포와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루크레티우스는 2000년 전 이렇게 말했어요:
“삶은 우연의 결과이고, 죽음은 공포할 것이 아니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그의 이 외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단지 오래된 철학서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인간 해방의 텍스트인 것입니다.
올해 초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보다 진리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해 가 되기를 소망하며
박물관으로 알려진 이 호화로운 건축물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집한 그리스어,
라틴어, 바빌로니아어, 이집트어, 유대어 등 각종 문화권의
귀한 유산이 연구를 위해서 세심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알렉산드리아를 지배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기원전 300년 무렵부터
과학자와 시인을 비롯한 각 분야의 선도적인 학자들을
그 도시로 끌어들이려는 탁월한 게획을 세웠다.
학자들은 고도의 지적 수준을 확립시켰다.
유클리드가 이곳에서 기하학을 발달시켰고,
아르키메데스는 원주율의 값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추정했으며
또한 미적분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가정하에 오차 범위 1퍼센트 미만으로
정확하게 지구 둘레의 길이를 계산했고
갈레노스는 의학분야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천문학자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우주관을 발달시켰으며
기하학자들은 1년의 길이를 365와 1/4일로 추론해서 4년에 한 번씩 '윤일'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지리학자들도 에스파냐에서 서쪽으로 항해해서 인도에 다다르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예측했으며, 기술자들은 수력학과 공기 역학을 연구했다.
해부학자들의 연구는 뇌와 신경체계가 하나로 이어진 기관임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이해했으며, 심장의 기능과 소화체계를 연구했고
영양 섭취에 관한 실험을 했다.
이들은 경이적인 업적을 달성했다.
- 스티븐 그린블렛 ' 1417년, 근대의 탄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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