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권의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깊은 의식과 감각의 흐름을 따라가게 됐는데,
소설의 상황이 그려지기보다는 주인공의 인식? 감각이 그대로 와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소설의 스토리와 무관하게 글을 읽는 느낌은 매우 예민한 이의 감각을 그대로 체험하는 것과 비슷했다.
주인공이 마들렌을 한 입에 베어 문 순간 유년을 보낸 콩브레에서의 아련한 추억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장면은 매우 유명하다. 이로 이해 과거 전체가 떠오르면서 소설이 시작되는데 프루스트는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는 우리 지성 영역의 밖에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물질적 대상 또는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있다는 것인데 바로 '무의지적 기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끔 어떤 향이나 온도나 감각적인 기억에 의해 과거의 어떤 기억들을 소환하게 되는 데 바로 이 것이 소설의 시작이다.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의 비극과 무대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어느 겨울 날, 집에 돌아온 내가 추워하는 걸 본 어머니께서는 평소 내 습관과는 달리 홍차를 마시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왠지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가게에서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 7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어 번역판(김희영 옮김)은 이를 13권으로 나누어 출간하였다.
- 스완네 집 쪽으로 1: 주인공 마르셀이 어린 시절 콩브레에서의 추억과 마들렌 과자의 맛을 통해 떠오르는 기억들을 회상한다.
- 스완네 집 쪽으로 2: 샤를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회적 지위와 사랑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이 발베크 해변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며 청소년기의 감정과 사랑을 경험한다.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 마르셀과 알베르틴의 만남을 통해 첫사랑의 설렘과 혼란을 겪는다.
- 게르망트 쪽 1: 파리 상류 사회의 게르망트 가문과의 교류를 통해 귀족 사회의 허영과 위선을 묘사한다.
- 게르망트 쪽 2: 게르망트 공작 부인에 대한 마르셀의 동경과 실망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 소돔과 고모라 1: 동성애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사회적 편견과 위선을 비판한다.
- 소돔과 고모라 2: 샤를뤼스 남작의 비밀스러운 삶과 사회적 위선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 갇힌 여인 1: 마르셀과 알베르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소유욕과 질투를 통해 사랑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 갇힌 여인 2: 알베르틴의 갑작스러운 이별과 그로 인한 마르셀의 고통을 그린다.
- 사라진 알베르틴 1: 알베르틴의 부재로 인한 마르셀의 상실감과 그녀를 잊기 위한 노력을 묘사한다.
- 사라진 알베르틴 2: 시간의 흐름에 따른 기억의 변화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 되찾은 시간: 마르셀이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화해시키며, 예술 창작의 필요성을 깨닫고 작가로서의 길을 결심한다.
각 권은 주인공 마르셀의 내면세계와 사회적 관찰을 통해 인간 존재와 시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1권과 13권은 서로 수미상관을 이루며 과거와 현재가 다시 만나는 완결성으로 감동을 준다.
삶은 우리가 켜켜이 통과해 온 그 밀도있는 시간이라는 사실 자체를 완결 편에서 확인하게 되는데
어린 날은 절대 그 시간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인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세월이 쌓였을 때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지나온 그 시간들이 간절한 (나이가 들어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삶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삶의 부조리와 복잡성을 경험하게 되는지... 그건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느끼는 것 같다.
부르주아 지성인의 의식 흐름이란 이런 거구나! 하면서 순간 순간의 기억들을 이토록 세밀하게 녹여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프루스트가 시간을 되찾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시간의 흐름이 진정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 소설을 읽은 것은 행운이다.
매 순간 순간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마주하는 햇살과 매 순간 웃음짓는 아이와 내 주변의 사물들이 내게 주는 어떤 인상들은 순간순간마다 삶을 빛나게 해 주는 원천이므로 진심으로 집중하여 그것을 마음껏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루스트는 진정한 의미에서 내게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를 그리고 되찾은 시간의 가치와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그러므로 만일 내게 작품을 완성할 만큼 충분히 오랜 시간과 힘이 있다면, 비록 그 일이 인간을 괴물과 같은 존재로 만들지라도 인간을 묘사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터였다. 거기서 인간은 공간 속에 마련된 한정된 자리에 비해 반대로 지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세월 속에 침잠한 거인들처럼 그토록 멀리 떨어진 여러 다양한 시기를 살아 그 시기 사이로 많은 날들이 자리하러 오면서 삶의 여러 시기와 동시에 접촉하는 그런 무한으로 뻗어 가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 : 되찾은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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